151229 일기라면 일기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겠지만 지난 6주간 엠넷에서 인턴 생활을 했다. 정규직 전환을 염두에 둔 인턴이었는데 오늘 그 결과가 나왔고 결과는 불합격. 눈으로 두 번을 확인하고도 마음속으로는 제발 전산 오류이길 간절히 바랐다.

6주 전, 인턴을 처음 시작할 때 나는 그 누구보다도 잘할 자신이 있었다. 실제로 인턴을 하는 동안 선배님들의 평가도 나쁘지 않았다. 같이 인턴을 하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잘 지냈다고 생각한다. 사실, 끝나갈 때쯤에는 붙었다고 자기암시를 하기도 했다. 정확히는 떨어진 이후의 미래를 도저히 그릴 수가 없었다. 그만큼 간절했고, 간절한 만큼 열심히 했다. 그렇기에 더더욱 결과를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니, 결과를 보는 순간 PD에 대한 꿈을 포기할까 생각했다. 앞으로 1년 더, 또다시 돈 한 푼 못 버는 백수로 취업을 준비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모한 꿈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포기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실례를 무릅쓰고 인사팀에 불합격 사유를 문의했다. 그나마 용기를 내서 연락할 수 있었던 것은 사전에 인턴 담당 직원이 인턴 수료증을 나눠주는 자리에서 혹시나 합격 발표 이후 불합격 사유를 물어보거든 친절히 답해주겠다 하셨기 때문이다. 역시나 인사팀 직원분은 친절하게 나의 불합격 사유를 알려 주셨다. 다시 한 번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을 전한다. 인사팀 직원은 나에 대한 평가서를 꼼꼼히 확인한 후 크게 두 가지 부분에서 합격하기 애매했던 것 같다고 말해주었다. 캐릭터 없이 무난무난한 성격과 창의성의 부재. 우선, PD의 자질에 대한 내용은 훌륭했단다. 아이디어도 적극적으로 내고, 밤새도 지친 기색을 보이지 않지만 무.난.하.다. 무언가 유상필 했을 때 떠오르는 한방이 안 보인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창의성의 부재. 덧붙이는 말씀이 PD에게 가장 필요한 두 가지 덕목을 강인함과 독창성으로 봤을 때 강인함은 인정받았지만, 독창성이 미흡했다는 것이다. 듣고 나니 크게 반박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암담하지만 나의 불합격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인턴 기간 동안 많은 것들을 가르쳐 주신 선배님들께 감사인사를 드렸다. 고맙게도 두 분 모두 넌 뽑힐 줄 알았는데 아쉽다고 해주셨다. 빈말일지라도 기분 좋았다. 계속해서 PD를 준비해서 좋은 곳에 가라는 덕담도 잊지 않으셨다. 인정할 수밖에 없는, 그렇기에 고쳐볼 수 있는 불합격 사유를 알고 나서야, 선배들의 진심 어린 위로를 듣고 나서야 난 앞으로 더 열심히 PD 준비를 해서 반드시 좋은 PD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덧글

  • 2015/12/30 23:4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나무수 2015/12/31 10:41 # 삭제 답글

    훌륭한 PD가 되시겠습니다.
    나한테 부족한 거를 알게 되셨으니까요.
    더구나 그 부족하다는게 이미지를 생각했을때 떠오르는 강한 개성같은 거라면,
    내가 충분히 마련할수 있고, 또 나의 강점이 될 수 있는 거니까요.
    내가 방향만 정하고, 나는 이런 거에 엄청난 몰입과 집중을 하는 무서운 사람인게 나오면 되는 거네요.
    나를 응원하고, 응원하는 사람이 세상에 많이 있습니다.
    나는 좋은 사람, 좋은 세상을 향합니다
댓글 입력 영역